우울증치료-춤테라피
우울증치료-춤테라피
우울해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 사람, 몸이 무거워서 엎드려 있는 사람, 삶의 기쁨으로 충만하지 않아서 뛸 의욕이 안 생기는 사람 마음의 질환이 쌓이면 어느 순간 생의 위기에 봉착한다. 이렇게 지속되면 차츰 쌓이는 것은 생의 위기엄습이다. 식욕감퇴, 대인기피, 만성피로, 의욕저하, 운동부족 등이 서서히 달라붙어서 일상을 더욱 꼬이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내가 참 지쳐있구나`하는 생각이 파고든다. 이럴 때 생의 감옥을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은 밖으로 과감히 나간다. 우울함으로 점철된 고여 있는 삶을 탈피하고 있는 이들에게 `춤테라피`(dance/movement therapy) 과정은 자신에 대해 똑바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로 성큼 다가가고 있다.
미국에서 신경정신과 치료의 일환으로 실시된 `무용치료`는 신명나는 움직임으로 심리치료를 꾀하는 프로그램이다. 춤테라피는 참여자들이 자기가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떤 생각을 품는지 자연스럽게 통찰할 수 있도록 흥겹고 활동적인 몸의 동작을 고무시킨다.
참여자들은 다양한 동기로 춤테라피에 임한다. 자아를 찾고 싶거나 스트레스와 가벼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부터 몸치극복 혹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이들까지 참여의 폭이 꽤 넓다. 일단 시작하면 참가자들은 굳어 있던 몸을 이완시키는 훈련을 연거푸 받게 된다. 몸이 풀리면 엉켜있는 삶의 파편들도 해체되고, 아프게 멍들어 있는 마음의 출구도 조금씩 찾게 된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일상에서의 구속과 멀어진다. 수줍어서 차마 저지르지 못했던 대범함, 예의 혹은 처신 때문에 주저했던 모든 동작을 자유롭게 감행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짝을 해달라고 간청할 수도 있고 그것을 거부당해도 크게 상처를 입지 않는 분위기다. 또한 온몸을 이용해서 춤을 추거나 자기의 모든 것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비웃거나 `오버한다`고 질책하지 않는다. 짝을 고를 때도 일상의 고정관념과 동떨어져 있다. 성별, 연령, 성적 지향, 평소의 친분과 상관없이 일종의 모험심으로 새로운 파트너들을 만난다.
참가자들은 파트너의 동작을 줄곧 따라해 보기도 한다. 게다가 자신이 어설프게 연출한 몸의 동작과 호흡을 파트너가 고스란히 모방하기도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지지받는다는 느낌이 들기에, 삶의 고단함이 해소되는 측면이 있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온몸이 기분 좋은 피곤함에 젖을 무렵이면, 각자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고요하게 흐른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옥광씨는 "작년 가을 무렵부터 무용 치료 지도자교육을 받은 후 직접 서울대 등지에서 장점을 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복지원과 연계해서 몸동작이 억압되고 방해를 받는 장애우들에게 춤세라피 교육을 시키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다.
또 "학부 시절 관악여모를 비롯한 학내 여성주의 모임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자기의 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할 수도 있는 성범죄 피해자들이나 장애우들에게 집중적으로 춤세라피 교육을 실시하고 싶은 포부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춤테라피 교육에 참가한 10여명의 학생들 가운데 외교학과 아랑씨는 "그동안 왜 줄곧 심심했는지 자문하다가 결국 바빴지만 지루했고 그다지 재미없는 일상을 보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됐다"며 "몸이 심심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자각한 후, 춤세라피 교육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라고 밝은 웃음으로 전했다.
독문과 동훈씨는 "현대무용을 배우고 싶은데, 무대 위에서 긴장된 동작으로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을 춤세라피에서 미리 연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레 친숙해진 참가자들은 다음 교육에도 계속 참여하고 싶은 의사를 보였다. 춤테라피는 우울증의 시대를 사는 서울대인들에게 마음의 질환을 재밌고, 활동적인 몸동작으로 해소한다. 또한 아직까지 주로 언어를 기반으로 한 집단상담프로그램에서, 춤세라피는 차츰 여러 방향으로 뻗어가는 풍부한 다양성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옥광씨는 "금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어렵지만, 꾸준히 춤을 통해 훈련을 받는다면 언젠가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