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交痛, 우울증·스트레스 밀접한 관련

최근 사랑행위가 두렵다는 중년 여성들이 늘고 있다. 밤이면 잠자리에 들기가 두렵고 부부행위를 하려면 너무 통증이 심해서 부부생활에 회의를 느낀다는 여성들이 많은 것이다. 본원을 방문한 조영숙(52·서울 관악구 신림동·가명)씨도 성교통 때문에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절하는 횟수가 늘면서 미안하고 죄스럽기까지 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정도라며 상담을 의뢰해왔다. 임신의 염려가 없어진 이 시기에 남들은 성욕이 높아져서 금실이 좋아졌다는데 왜 자신은 이토록 고통스러운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조씨는 2년전 자궁근종으로 자궁을 들어낸 후에 성교통이 심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진찰을 해보니 복진상 아랫배가 차고 신경이 예민했으며 얼굴색은 창백한 편이고, 체격은 보통 정도였다. 맥은 힘이 없고 약했다.

이것저것 묻고 답하는 진찰 과정에서 조씨의 경우 질액의 분비가 부족해서 성교통이 생기는 경우로 진단되었는데, 이는 여성에게 흔한 성기능장애다.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각종 부인과 질환이나 갱년기장애에 많이 쓰는 자하거(사람의 태반)와 자궁을 따뜻하게 보해주는 당귀와 육계를 군약으로 처방함과 동시에 심한 경우에 보조요법으로 크림이나 젤 등 물리·화학적 도움도 함께 받도록 권했다. 그 후 남편과 함께 남편의 보약을 지으러 온 조씨는 지금은 남편에게 먼저 애정표현을 한다며 쑥스러워했다.

여성의 성교통은 성교시 외음부 및 질 내부나 아랫배에서 통증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검사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성교시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성교 후 자연히 가라앉거나 혹은 수 시간에서 며칠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폐경기 여성은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가임기 때 20~30층이던 질 벽이 불과 5~6층으로 얇아지고 분비샘까지 줄어 질 건조증이 생기게 된다. 애액이 없는 건조한 질에 삽입하여 성교를 한다면 여성은 통증과 함께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교통은 여성호르몬 감소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성적 흥분을 억제하고 혈액순환과 질액의 분비를 감소시켜 질을 건조하게 하여 성교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성교통이 20, 30대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젊은 여성의 성교통과 성교출혈은 성지식의 부족으로 인한 성행위의 미숙에서 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대 의학적인 치료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투여하여 치료한다. 그러나 여성호르몬 요법은 유방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전과 함께 정기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성교통을 합방음통(合房陰痛)이라고 표현하며, 신장 및 생식기와 관련된 외음부와 자궁, 골반 등이 성교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장기에 성교과다나 심리적인 요인, 폐경 등으로 인하여 질점막에 기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질점막의 탄력이 떨어져 성교통이 유발되는 것으로 보고 한방치료를 한다.

성교통은 여성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다. 부부가 화합하여 즐거움이 가득하여야 할 사랑의 행위가 장애를 받는 것이므로 부부간의 진실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이해와 협조가 더해진다면 성교통의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